가습기 살균제 사망을 일으킨 세퓨 제품이 옷기레킷벤키저와 같은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퓨의 원료를 공급한 덴마크 케톡스(KeTox)사 담 가드(Dam Gaard) 전 대표를 인터뷰한 영상을 공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달 8일(현지시간) 덴마크 현지에서 담 가드 전 대표를 만났다. 담 가드 전 대표는 보건시민센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PGH를 수출한 적이 없다”며 “(세퓨 제품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는 덴마크가 아니라 중국에서 PHMG를 수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보낸 PGH는 물질안전정보자료(MSDS)를 첨부한 40ℓ 이하의 소량 샘플이었다”고 주장했다.

케톡스는 살균제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생산하는 회사이다.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태가 일어난 뒤 문제의 살균제 제품 가운데 일부가 PGH를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덴마크에서 가습기살균제 세퓨의 원료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 회사 케톡스 사장 담 가드 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환경보건시민센터 홈페이지)

하지만 담 가드 전 대표는 PGH는 농업용으로 주로 사용할뿐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판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회사가 과거 PGH 샘플을 요구할 때 목적은 '농업용'이었다”며 “우리는 PGH를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유럽에서는 PGH를 가습기 살균제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들어본 적 없다. 심지어 소나 닭의 살균 용도로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담 가드 전 대표는 보건시민센터와의 인터뷰에서 버터플라이이펙트가 중국에서 PHMG를 수입했다는 이야기를 중국의 생산업체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비참한 이야기이다. 욕심많은(greedy) 사람들이 중국에서 수입해서 문제를 일으킨 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에 대해 센터 측은 “세퓨제품에는 원료가 EU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돼 있는데 샘플만 EU 기업인 케톡스로부터 받았고, 실제 제품에 사용된 원료는 중국에서 수입된 PHMG라는 이야기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기존에 한국정부가 조사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 제품에 표기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퓨 제품을 사용하다 피해를 입을 이들과 가족들은 세퓨 제품에 대해서도 검찰이 제대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세퓨 제품은 주로 인터넷으로 판매됐으며 다른 제품과 견줘 3년간 짧은 기간 소량 판매됐지만 피해자 27명 중 사망자가 14명에 달하는 등 사망률은 가장 높다.

센터는 또 덴마크 환경청을 방문해 책임자들과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센터 홈페이지(http://eco-health.org)에 따르면 미셸 실링(Michel Shilling) 덴마크 환경청 부국장은 이달 9일 면담에서 "2012년 초 WHO로부터 한국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된 제품 중 PGH를 덴마크에서 수입한 거라는 말을 듣고 PHMG와 PGH를 사용한 제품을 덴마크 내에서 판매금지하고 모두 회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 환경보건시민센터는 9일 덴마크정부 환경과식품부 산하 환경청을 방문해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환경보건시민센터 홈페이지)

노경석 기자  cavalry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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