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은 대구 달서구 시니어클럽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8년 문을 연 ‘토이앤시니어’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가정집에서 맡긴 갖가지의 먼지와 사탕, 음료수 등이 묻은 장난감을 가지고와서 깨끗하게 세척한 후 다시 돌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다보니 ‘이렇게 내 인생은 끝인가’ 싶더라고…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와 보니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았다오.”

김을섭(71) 어르신은 나이 60이 넘어 40년간 몸을 담았던 공직에서 떠났다. 퇴직 이후에는 집에서 지내며 가끔 경로당에 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김 씨는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다. 그는 “내 모습이 꼭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며 “‘아직 힘도 있고 걸을 수도 있고, 앞도 보이는데 뭐라도 못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난달 27일 오후 1시 30분. 대구 달서구 용산동의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눈 앞에 수많은 종류의 장난감들이 펼쳐져 있었다.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레고부터 소꿉놀이 세트, 변신 로봇, 공룡, 자동차 장난감, 미미인형까지 그 숫자와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장난감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이 많은 장난감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닦으며 세척하는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모두 주름진 손과 흰머리를 가진 어르신들이었다. 김을섭(71) 씨는 이곳에서 장난감을 수거하고, 세척된 장난감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다시 가져다주는 일을 하고 있다.

▲ 파랑새시니어행복한일터-토이앤시니어 작업 모습

이곳은 대구 달서구 시니어클럽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8년 문을 연 ‘토이앤시니어’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가정집에서 맡긴 갖가지의 먼지와 사탕, 음료수 등이 묻은 장난감을 가지고와서 깨끗하게 세척한 후 다시 돌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 씨는 6년 전, 일자리를 찾기 위해 찾아갔던 구청에서 토이앤시니어를 알게 됐다. “애들 장난감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냐”며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그런데 처음 장난감 세척을 한다는 소리에 친구들에게 장난어린 놀림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장난감이 생소해 실수도 많았다고...

“처음에는 로봇을 어떻게 조립해야하는지 몰라서 로봇 팔을 떼어내기도 했다우, 그래도 이제는 장난감 박사가 돼서 손자의 장난감을 내가 제일 잘 만지지요.”

올해로 6년차 베테랑이 되면서 김 씨는 매사에 당당해졌다. 그는 “주변 또래들 중 이 나이에 일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서 어디를 가든 ‘커피 사라, 밥 사라’ 소리만 듣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 어린이집 반 별로 구분해놓은 장난감들

이제는 토이앤시니어가 ‘아이들의 건강과 위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곳이라며 자신이 일하는 곳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 그는 “처음에는 ‘큰 회사도 아니고 어르신들이 하시는데 꼼꼼하게 세척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신 고객들도 많았다”며 “그런 걱정을 하는 고객들이 대부분 한번을 맡기면 두 번 세 번 꼭 다시 찾는다”며 말했다. 또 “토이앤시니어는 다른 곳보다 자동화가 덜 됐고, 느리긴 해도 누구보다 꼼꼼하고 정확하게 한다”며 “이 같은 완벽한 살균 처리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장난감에 붙은 세균들도 100% 사라진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집에 있는 노인들에게 새로운 인생과 직장을 찾기 위해 필요한 건 딱 하나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용기와 일할 수 있는 힘만 있으면 어디서든 꼭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거죠.”

한편, '토이앤시니어'는 지난 2015년 '파랑새시니어행복한일터-토이앤시니어'라는 이름으로 변경해 확장 이전했다.

김지은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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